시간은 왜 되돌릴 수 없는가? 엔트로피(Entropy)가 말하는 시간의 방향성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깨진 유리는 다시 붙지 않고,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며, 인생은 항상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사실을요.
이처럼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느낌은 인간의 삶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향성은 우리의 감정이나 경험 때문일까요, 아니면 과학적 원리 때문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물리학적 개념인 엔트로피(Entropy)와 열역학 제2법칙, 그리고 이 개념이 왜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느끼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시간의 방향은 어디서 오는가?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법칙은 시간의 방향에 대해 중립적입니다.
예를 들어, 뉴턴의 운동 법칙이나 전자기 방정식은 시간 축을 반대로 돌려도 여전히 성립합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운동을 거꾸로 돌려도 물리 법칙은 깨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현실에서 항상 시간은 과거 → 현재 → 미래로만 흐른다고 느낍니다.
이 흐름에는 단 하나, 예외 없는 물리 법칙이 개입합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 그리고 그 핵심인 엔트로피입니다.
엔트로피(Entropy)란 무엇인가?
엔트로피는 물리학에서 시스템의 ‘무질서’ 정도를 수치화한 개념입니다.
처음 이 용어는 열역학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우주 전체의 진화와 시간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핵심 도구로 쓰입니다.
쉽게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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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엔트로피: 정리된 서랍, 정돈된 방처럼 질서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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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엔트로피: 뒤엉킨 전선, 섞여버린 카드 더미처럼 무질서한 상태
그리고 중요한 사실: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드시 증가한다는 법칙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이 말하는 것
열역학 제2법칙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한다.”
예시로 이해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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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커피는 시간이 지나면 식습니다. 하지만 식은 커피가 스스로 뜨거워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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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방에 두면 녹습니다. 하지만 물이 스스로 다시 얼음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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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푸는 건 어려워도, 이미 풀린 퍼즐을 흩트리는 건 순식간입니다.
이 모든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질서 →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방향이 곧 시간의 흐름과 일치합니다.
왜 우리는 ‘시간을 거꾸로’ 느끼지 못하는가?
1. 뇌의 기억 구조와 엔트로피
우리의 기억은 오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저장됩니다.
즉, 우리는 ‘질서 → 무질서’로 흘러간 사건만을 시간의 흐름으로 인식합니다.
거꾸로 된 영상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되돌려지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건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2. 확률의 문제
무질서한 상태의 경우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더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러한 통계적 관점에서도, 시간이 거꾸로 흐를 가능성은 극도로 낮은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우주와 엔트로피: 시간의 시작과 끝
빅뱅과 엔트로피
현재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빅뱅 직후 우주의 엔트로피는 매우 낮았습니다.
즉, 우주의 시작은 극도로 정돈된 상태에서 시작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지속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해온 것입니다.
결국 시간의 방향이란?
우주는 지금도 엔트로피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결론: 시간은 엔트로피를 따라 흐른다
우리는 단지 나이가 들어가거나, 계절이 바뀌거나, 기억이 축적되는 것을 시간의 흐름으로 인식하지만,
그 근본에는 물리 법칙이 정한 한 방향의 흐름, 엔트로피의 증가가 있습니다.
시간은 본질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입니다.
즉, 우리가 과거를 되돌릴 수 없는 이유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 자체가 되돌아가는 법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단 하나의 법칙이, 커피가 식는 이유이자, 우리가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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